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미국 농무부(USDA)가 내놓은 새 식단 지침을 보면, 미국 영양 정책의 방향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2025-2030 지침은 ‘진짜 음식을 먹자(Eat real food)’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단백질을 식단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고 곡물의 비중은 낮추는 한편 초가공 식품에 대한 경고는 더 강하게 했습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저지방이 정답’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제는 무엇을 얼마나 먹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가공된 음식을 먹고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보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이 지침은 학교·병원·군대·교도소 같은 공공 급식 기준에도 그대로 연결되는 만큼,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실제로 수백만 명의 식탁을 바꿀 수 있는 정책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단백질 우선 전략과 구체적 섭취 목표
이번 지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단백질을 ‘여러 요소 중 하나’가 아니라 식단의 중심축으로 놓았다는 점입니다. 예전처럼 단백질을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계란·가금류·해산물·붉은 육류 같은 식품을 콕 집어 언급하면서 단백질을 먼저 설명합니다.
더 흥미로운 건 권장 섭취량입니다. 하루 체중 1kg당 1.2~1.6g은 기존 RDA 0.8g/kg보다 꽤 높은 수치인데, 실생활로 바꾸면 68kg(150파운드) 여성은 하루 80~100g, 91kg(200파운드) 남성은 110~140g 정도가 됩니다. 말 그대로 “단백질을 기준으로 하루 식단을 짜라”는 쪽으로 메시지가 이동한 셈이죠. 단백질이 포만감을 잡아주고 근육량 유지에 도움이 되며, 체성분 개선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방향 전환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사람은 많을 겁니다. 다만 단백질을 ‘무조건 많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신장 기능이 좋지 않거나 특정 질환 치료 중인 사람은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고, 무엇보다 단백질은 양만큼이나 ‘형태’가 중요합니다. 비가공 생선·계란·콩류·요거트처럼 단순한 형태의 단백질과, 가공육이나 설탕·정제 탄수화물이 함께 묶여 들어오는 패스트푸드식 단백질은 결과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단백질 바·단백질 쿠키·단백질 음료처럼 “고단백”을 앞세운 초가공 제품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서, 단백질을 강조하는 흐름이 결국 또 다른 가공식품 시장을 키우는 쪽으로 흘러가지 않게 주의가 필요합니다.
| 체중 | 권장 단백질(g/일) | 예시 식품 |
|---|---|---|
| 68kg (150파운드) | 80~100g | 계란 3개 + 닭가슴살 150g + 요거트 |
| 91kg (200파운드) | 110~140g | 생선 200g + 두부 반모 + 치즈 50g |
곡물의 격하와 정제 탄수화물 제한
오랫동안 식단 피라미드의 기초로 여겨졌던 곡물은 이번 지침에서 확실히 비중이 줄었습니다. 특히 정제 탄수화물과 고도로 가공된 곡물 제품에 대한 경고가 훨씬 직접적입니다. 포장 시리얼, 흰 빵, 스낵 크래커처럼 한때 ‘건강식’ 이미지가 있었던 제품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통곡물은 여전히 허용되지만, 더 이상 식단의 기반은 아닙니다. 단백질과 영양 밀도가 높은 전체 식품이 우선이라는 위계가 분명해졌습니다. 이는 곡물 중심 모델이 공식적으로 힘을 잃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다만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일일 요구 항목’처럼 남아 있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좀 더 진전된 메시지는 이렇게 표현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통곡물은 일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필수는 아니다. 특히 혈당 문제나 체중 감량 저항이 있는 경우에는 곡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전체 식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유익할 수 있다.” 첨가당에 대해서도 보다 실용적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기존의 ‘총 칼로리의 10% 미만’이라는 표현보다, 어린이는 첨가당을 권장하지 않으며 한 끼에 10g을 넘지 않도록 하라는 식의 구체적인 안내가 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런 방식이 실제 행동 변화를 이끌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가공 식품 경고와 전지방 유제품 재평가
이번 지침에서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초가공 식품을 더 정면으로 지적했다는 점입니다. 칩·쿠키·사탕 같은 포장식품을 줄이고, 가능하면 집에서 준비한 영양 밀도 높은 식사를 우선하라는 메시지가 더 분명해졌습니다. 인공 향료, 인공 염료, 방부제, 비영양 감미료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도 눈에 띄고요.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망가진다기보다, 손이 계속 가게 만들어진 가공식품을 일상적으로 반복 섭취하면서 건강이 무너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런 현실을 생각하면 이 경고는 타이밍이 좋습니다. 다만 ‘초가공’이라는 말을 어디까지로 볼지, 기준을 어떻게 잡을지는 여전히 애매한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실천력을 높이려면 소비자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성분표가 지나치게 길고, 첨가당·정제전분·유화제·증점제 같은 요소가 많고, 집에서 만들기 어려운 재료가 잔뜩 들어 있다면 “일상식에서 우선순위를 낮춰라” 같은 식의 판단 기준을 더 명확히 제시해주는 식이죠. 전지방 유제품에 대한 태도 변화도 흥미롭습니다. 무가당 조건이라면 전지방 유제품을 이전보다 우호적으로 평가하면서, 저지방 일변도의 접근에서 꽤 벗어나 보입니다. 이건 오랫동안 이어진 저지방 도그마에 균열이 생긴 신호로 볼 수 있어요. 그런데도 동시에 포화지방 상한선을 그대로 유지하는 건 조금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포화지방을 줄인다고 해서 사람들이 브로콜리를 더 먹는 게 아니라, 대개 정제 탄수화물이나 가공식품으로 대체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포화지방을 줄이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무엇으로 바꿨는지”라는 맥락입니다.
| 구분 | 이전 지침 | 2025-2030 지침 |
|---|---|---|
| 단백질 권장량 | 0.8g/kg (RDA) | 1.2~1.6g/kg |
| 곡물 위치 | 피라미드 기초 | 조연 수준 |
| 전지방 유제품 | 제한적 | 우호적 (무가당 조건) |
| 첨가당 기준 | 칼로리의 10% 미만 | 1끼당 10g 이하 명시 |
이번 2025-2030 미국 식단 지침은 단백질 강조, 곡물 비중 축소, 초가공 식품 경고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진짜 음식’으로 돌아가자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방향성만 놓고 본다면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다만 성공 여부는 실행에 달려 있습니다. 포화지방과 단백질의 질, 개인 맞춤화에 대한 더 세밀한 설명, 공공 급식 예산과 조달 구조 개선, 그리고 ‘고단백’ 마케팅에 대한 관리가 뒤따르지 않으면 정책 문구만 바뀌고 실제 식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특정 영양소를 띄우거나 낮추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음식을 무엇으로 대체하느냐에 대한 맥락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하느냐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