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흔히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뇌과학과 심리학 연구는 정반대의 사실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뇌는 본질적으로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으며, 오히려 생각의 양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왜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착각하게 되는지, 그 과학적 근거와 함께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인지적 구두쇠: 왜 우리 뇌는 생각을 싫어할까
인간은 본질적으로 '인지적 구두쇠'입니다. 구두쇠가 돈을 아끼듯, 우리 뇌는 생각에 드는 에너지를 극도로 아끼려 합니다. 심리학자들과 뇌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는 10W짜리 전구에 비유될 만큼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기관입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60W나 100W 전구를 계속 켜두면 전기 요금이 부담스러워 끄게 되는 것처럼, 우리 뇌도 에너지 절약을 위해 생각의 양을 최소화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인간이 직립 보행을 하기 때문에 생각할 때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누워있거나 네 발로 다니는 동물과 달리, 직립 보행하는 인간은 뇌로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중력을 거슬러 위쪽으로 펌프질을 해야 합니다. 이는 같은 시간 동안 생각을 하더라도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수만 년의 역사 중 99.9% 시간을 배고픔과 싸우며 살았습니다. 지금처럼 과체중을 걱정하며 다이어트에 신경 쓰는 시대는 인류 역사에서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인류의 사망 원인 중 압도적 1위는 질병도 전쟁도 아닌 굶주림이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생각을 많이 해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개체는 생존에 불리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농담 삼아 깊은 생각을 할 때를 에너지 소모량에 따라 구분합니다. 학생이 성적표를 숨기려고 잔머리를 굴리거나, 술 먹고 늦게 들어온 사람이 변명을 생각할 때는 50W 정도의 에너지를 쓴다고 합니다. 그 거짓말을 들은 상대방이 "어제 일어난 일을 거꾸로 얘기해봐"라고 요구하거나, 안 풀리는 문제를 열심히 풀 때는 80W 정도를 사용하며, 이는 같은 시간 동안 중노동을 한 것과 마찬가지의 에너지 소모라고 표현합니다.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경우는 100W를 넘기는 시를 읽거나 쓸 때입니다. 시에 등장하는 은유법, 즉 메타포는 우리 머릿속에 도처에 저장되어 있는 여러 개념들을 연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표현을 이해하려면 떨어져 있는 개념들을 이어 붙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실제로 셰익스피어의 문학 작품을 읽게 하고 뇌 활동량을 측정하면 드라마틱하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 사고 유형 | 에너지 소모량 | 구체적 예시 |
|---|---|---|
| 일반적 잔머리 | 50W | 성적표 숨기기, 변명 생각하기 |
| 깊은 사고 | 80W | 어려운 문제 풀기, 복잡한 거짓말 유지 |
| 창의적 사고 | 100W 이상 | 시 읽기/쓰기, 메타포 이해하기 |
결국 우리 뇌는 공부하는 뇌가 아니며, 연구하는 뇌도 아닙니다. 아직도 우리 뇌는 수렵과 채집을 하던 원시 시대의 뇌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지 않으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인지적 구두쇠로서의 인간 본성입니다.
변화맹과 담고 기억: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
인지적 구두쇠인 인간은 세상의 정보를 받아들일 때도 극도로 절약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담고 기억'입니다. 실험에서 유리창, 문, 창틀, 문지방, 블라인드, 커튼 등의 단어를 보여주고 기억하게 한 뒤, 방해 과제로 517에서 13을 반복해서 빼게 만듭니다. 그 후 기억을 테스트하면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납니다. 실제로 제시되지 않았던 '창문'이라는 단어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한다고 답합니다. 이는 우리 뇌가 보자마자 관련 정보들을 묶어서 편집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를 다 가지고 가는 것보다 하나로 묶는 것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상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제 소개팅한 남자 어땠어?"라고 친구가 물으면, "키는 174.2cm였고 모발은 36만 5천 개였고 눈과 눈 사이가 4.7cm 떨어져 있었어"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신 "괜찮았어" 또는 "별로였어"라고 답합니다. 이 간단한 담고 기억은 그 남자와 아무 상관없이 내가 그 남자를 어떻게 편집했느냐의 결과입니다. 우리 인간은 뇌를 통해 들어오는 대부분의 정보를 순식간에 날려버립니다. 그리고 뭔가 하나를 남겨놓고 그것을 기억이라고 부릅니다. 맞고 틀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절약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현상이 '변화맹(change blindness)'입니다. 비슷한 두 장의 그림을 번갈아 보여주고 다른 부분을 찾게 하면, 매우 큰 차이가 있음에도 10초, 20초가 넘어가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그림을 동시에 놓고 보면 1초도 안 걸려 찾을 수 있는 차이인데도 말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첫 번째 그림을 보고 두 번째 그림을 볼 때, 첫 번째 그림의 대부분이 이미 날아갔기 때문입니다. 의식상으로는 "나는 첫 번째 그림을 봤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비교할 정보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지적 구두쇠이기 때문에 이런 기본적인 세팅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500원짜리 동전의 학이 오른쪽을 보는지 왼쪽을 보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정확히 답하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수만 번 봤을 동전인데도 말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수많은 것들에 대해 정보가 들어올 때 바로 날려버립니다. 모든 정보를 다 가지고 가면 인지적 자선 사업가가 되고, 그렇게 되면 생각을 많이 해서 에너지를 과도하게 쓰게 되어 생존에 불리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뇌의 주의력과 기억 능력에서 일관되게 낮은 성과를 보였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주의를 바꾸는 행동은 단순히 그 순간의 효율만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집중력, 스트레스, 피로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멀티태스킹의 악마성과 집중력의 중요성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가스불을 여러 개 켜놓고, 음악을 틀고,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전화까지 받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멀티태스킹이 아닙니다. 인지 심리학 실험을 통해 멀티태스킹의 한계를 명확히 볼 수 있습니다. 화면 왼쪽에서 빨간 사각형을 찾는 것은 쉽습니다. 오른쪽에서 빨간 사각형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록색 사각형이 3개든 그 이상이든 빨간 사각형을 찾는 시간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초록색 사각형들은 훼방꾼이지만, 빨간색만 찾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빨간색 사각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달라집니다. 이제 빨간색'이면서' 사각형인 것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립니다. 이 '인데'가 바로 동시에 해야 하는 일, 즉 멀티태스킹의 시작입니다. 이런 '앤드'가 세 개 정도만 되어도 인간은 그 일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남자다 앤드 안경 썼다 앤드 모자 썼다"처럼 조건이 여러 개 붙으면 우리는 찾을 수 없습니다. 인지 심리학자들은 멀티태스킹을 '악마'라고 부릅니다. 왜냐하면 내가 너무나 잘할 수 있어서 전혀 신경을 안 써야 되는 일에 다른 일을 덧붙여도 내가 하는 일을 갉아먹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껌 씹기입니다. 껌을 씹을 때 온 마음을 다해 진지하게 씹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미 자동화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껌을 씹은 상태에서 단어를 외우게 하면, 껌을 씹지 않는 상태에서 단어를 외울 때보다 기억력이 20% 가까이 떨어지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신경을 안 쓰는 멀티태스킹조차도 위험한 것입니다. 참고로 껌을 씹고 난 뒤 껌을 뱉고 단어를 외우면 관련 뇌 영역이 활성화되어 오히려 유리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스위칭'입니다.
| 작업 방식 | 뇌의 처리 방식 | 효율성 |
|---|---|---|
| 멀티태스킹 | 동시 처리 시도 (실제로는 빠른 전환) | 생산성 최대 40% 감소 |
| 스위칭 | 한 작업 완료 후 다른 작업으로 전환 | 상대적으로 높음 |
| 단일 집중 | 하나의 작업에 완전히 몰입 | 가장 높음 |
멀티태스킹과 스위칭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스위칭을 잘하는 것입니다. 한 일에 잠깐 주의를 머물렀다가 바로 다른 일로 주의를 옮기고, 다시 다른 일로 가는 것입니다. 이 스위칭 능력도 대단한 것이며, 항공기 조종사를 선발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검사가 되기도 합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면 잘 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경우 아이 편을 드는 것이 좋지만, 멀티태스킹만큼은 절대로 타협하지 말아야 합니다. 멀티태스킹을 줄여야 인간은 나머지 하나의 일을 제대로 합니다. 멀티태스킹을 하면 아주 자동화된 일이라도 이유도 모른 채 계속 수준이 떨어집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환 비용 때문에 생산성이 최대 40%까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어떤 일에 집중한다는 것은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을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유튜브를 보면서 핸드폰 게임을 하고, 알림이 오면 바로 다른 앱을 여는 습관은 시간을 절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뇌에 반복적인 인지적 부담을 쌓는 행동입니다. 중요한 작업이나 글쓰기, 공부를 할 때는 의식적으로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집중하는 동안 다른 작은 유혹을 차단하고, 필요할 때만 잠깐 전환하는 것이 오히려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우리의 뇌는 본질적으로 에너지 절약형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 본능과 싸워야 합니다. 멀티태스킹의 유혹을 뿌리치고 단일 집중의 힘을 활용할 때, 우리는 비로소 깊이 있는 사고와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집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멀티태스킹을 줄이는 것이 바로 집중력을 높이는 첫걸음입니다.
[출처] 멀티태스킹이란 악마다?/어쩌다어른: https://youtu.be/z_YK9lkQGAM?si=62hvQXLIPVRZ2P3F